가덕신공항 건설이 다시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앞에서 수차례 공언해 온 공사 기간을 스스로 흔들고, 재입찰 역시 해를 넘길 기세다. 이미 1년 이상 허비한 상황에서, 사업을 정상화해야 할 정부가 설계·공기 검증을 되풀이하며 방향을 잃은 모습이다. 국가기간 인프라 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다룬다면 당초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현대건설의 설계안보다 개항이 더 늦어지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신공항 건설은 동남권의 염원이자 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의지와 책임을 묻는 국민적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발표 시점만 흐지부지 언급될 뿐, 핵심인 공기·설계·입찰 일정은 일체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과 절차의 투명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과 국민이 신뢰할 만한 책임 있는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적기 개항은 물거품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신공항 추진의 직접 당사자이자 가장 큰 수혜 지역인 경남이 최근 보여 온 행보는 지나치게 조용하다. 정부가 공약을 흔드는 상황에서도 지방정부가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지역민의 권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공항 개항이 지체될수록 경남 항공 물류 경쟁력, 부산·울산과의 산업 삼각벨트 구축, 동남권 메가시티의 기반 모두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역경제의 중장기 전망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경남이 정부 발표만 기다리는 듯한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본질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공항 하나가 아니라, 국가가 발표한 중대 사업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공기가 필요하면 조정할 수 있다.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면 성실히 검증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책임 주체가 모호한 늑장과 말바꾸기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관리 실패이자 의지 부족일 뿐이다. 정부가 약속을 가볍게 다루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지역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가덕신공항은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친 사업이며, 더 늦춰질 이유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