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괴 미수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서는 낯선 남성이 초등학생을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며 유인하려다 붙잡혔고, 서울 관악구에서는 60대 남성이 여학생에게 접근하다가 발각됐다. 제주에서는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접근했고, 인천에서는 5학년 여아를 유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경기 광명에서는 고등학생이 성범죄 목적으로 초등학생을 끌고 가려다 검거되었다. 다행히 모두 미수에 그쳤지만 아이들이 겪은 공포와 사회가 느낀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미온적 대응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유괴 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안일하게 ‘허위 신고’라며 묵살한 뒤에 추가 신고가 이어지고 나서야 범인을 검거했다. 만약 초기 대응이 지연된 사이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범죄에 대한 ‘사후 수습’이 아니라 ‘사전 차단’이 경찰의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혼자 등하교하는 문화 또한 위험을 키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학원 이동이 잦다 보니 아이들이 혼자 거리를 오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는 잠재적 범죄자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부모들에게는 늘 불안의 원인으로 남는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대상 납치·유괴 범죄는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경찰과 지자체는 아동 안전 사건에 대한 ‘골든타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단순 신고라도 철저히 조사하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범죄 가능성이 낮아 보이더라도, 아이들의 안전 문제는 ‘과잉 대응’이 오히려 정답이다.

둘째, 학교·지역사회·지자체가 연계한 생활권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CCTV 확대 설치, 안전 귀가 도우미, 지역 주민 신고 보상제 등은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의 ‘방범 패트롤’, 미국의 ‘네이버후드 워치’처럼 주민 참여형 감시체계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단순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적 형량 상향은 물론 필요하지만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 전력자와 아동 대상 전과자의 실시간 위치 추적 및 거주지 제한 같은 적극적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아동 접근 범죄자에게는 집행유예나 감형을 최소화해 ‘실질적 구속력’을 가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교사만의 안전교육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예방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에게는 낯선 사람의 접근 대응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성인에게는 주변에서 아동을 유인하거나 따라오는 수상한 장면을 봤을 때 즉각 개입하도록 인식을 바꾸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괴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회 전체를 불안과 충격에 빠뜨리는 반인륜적 행위다. 이제는 부모의 자구책이나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생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아이들의 등굣길과 하굣길이 불안으로 얼룩진다면 그 사회는 미래를 지킬 자격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엄격한 처벌과 더불어 온 사회가 연대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실질적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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