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은하
딸아
너의 손목에
나의 계절 하나를 묶는다
우리 사이
작은 우주 하나가 맥박친다
- 강 명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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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의 밑동과, 세대를 거쳐 이어져 오는 딸과 엄마의 손등을 꽃잎이 이어주고 있다. 세대를 잇고 계절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세월이 우주 속에서 맥박을 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하여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 딸아, 너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은하의 한 별처럼 빛나는 것이겠지. 이 세상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큼 불가사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며 성장과 소멸의 과정 또한 얼마나 극적인가. 하지만 지구의 역사에 비해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눈 깜짝할 시간인가. 이 은하계의 광활한 공간에서 인간의 존재는 얼마나 티끌만큼 작은가. 그러함에도 우리는 매 순간 대를 거듭하면서 불멸의 삶을 살고 있다. 내 자손을 통해 나는 수백 년을 지금도 부활하고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나에게로 다시 딸에게로 이어지는 유전자의 힘이야말로 이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빙하기에서도 살아남아 지금도 거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처럼.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뉴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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