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나 의원의 말이 남긴 파장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한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이미 두 차례 법원으로부터 명확한 판단을 받았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유가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신이 남긴 말의 파장을 처음 세상에 알린 기자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허위사실 유포와 스토킹처벌법 위반이라는 무리한 고소, 그리고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더해져 입막음 시도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김미나 의원의 막말은 굳이 다시 논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자식 팔아 장사한다”, “나라구하다 죽었냐”, “한몫 챙기려는 수작”과 같은 언어는, 법원 역시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향한 분명한 2차 가해 발언이었음을 인정하고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한 모욕으로 판단했다. 이는 법적 판단이 이미 내려진 사안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반성과 책임을 택하기보다 또 다른 소송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이 남긴 말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며 되레 기자 개인을 법정으로 불러내려 하고 있다.
이는 공인을 감시하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위협하는 전형적인 보복성 소송으로 인지되며, 민주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권력의 오만이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사태를 ‘언론자유 침해‘라고 규정한 것은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다. 언론의 가치는 진실을 보도하고, 권력의 잘못을 감시하며, 공중과의 소통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
특히 공인의 발언과 행동을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헌법이 보장한 영역이다. 만약 기자가 공익적 문제를 드러낸 것만으로 소송의 대상이 된다면, 한국 사회의 언론자유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는 후배 K기자의 용기 있는 보도를 지지한다. 그가 전한 사실들은 공중의 알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기록이었고, 그 기록은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언론의 책임과 영향력은 인간의 말과 글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결국 인간의 양심과 직업적 윤리가 뒷받침될 때 완성된다.
우리는 ‘말(語)’을 행위의 시작, 즉 업(業)의 출발점으로 본다.
말은 되돌릴 수 없으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 그 고통은 결국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미나 의원의 행동은 그 가르침을 되새기게 한다. 한순간의 말이 누군가의 삶을 흔들고, 공동체를 아프게 하고, 스스로의 명예와 소속된 정당의 가치까지 추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는 책임의 언어로 쓰여야 한다. 공인의 말은 사적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공적 약속이어야 한다.
그 원칙에서 벗어난 말은 결국 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을 낳고, 지지하던 시민의 마음까지 등 돌리게 만든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단지 김미나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품격과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라 평가하는 시민이 많다.
법원 판단까지 난 사안을 외면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냉정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진실을 향해 내딛는 후배 k기자의 걸음이 때로는 고되고 외롭겠지만, 그 길이 결국 공동체를 살리는 길이라고. 나는 그의 보도를 지지하며, 그가 지켜낸 언론의 사명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책임을 더 많은 기자들이 동참해 주기를 이 글로 다시 새긴다.
말의 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바른 말은 누군가를 살리고, 잘못된 말은 반드시 누군가를 해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앞에 겸손하고, 책임 앞에 단호한 정치다. 언론의 침묵을 강요하는 시대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 존중받는 사회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