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상 증세를 보인 쇠기러기 한 마리가 폐사해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됐고, 지난 21일부터 저수지 일원은 전면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것이 올해 첫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철새가 날아오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모습은 그야말로 예고된 행정 실패다. 주남저수지는 전국적인 철새도래지로, 그 생태적 가치를 행정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면 왜 위기는 해마다 반복되는가. AI 발생이 자연스러운 연례행사처럼 굳어진 현실은 지방정부의 상시 대책 부재를 드러낸다. 출입 통제나 경고문 설치 같은 단순 대응으로는 지역 방역 안전망을 지킬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생 후 대응이 아니라 발생을 최소화하는 상시 관리 체계다. AI가 터지면 농가와 지역경제, 생태환경이 받는 충격은 단순 통제를 넘어선다. 그러나 행정은 여전히 사후 대응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남은 축산업 비중이 높아 감염병 확산에 특히 취약하다. 그럼에도 철새도래지 감시 인력과 장비, 모니터링 시스템은 계절적이고 임시적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연중 감시 체계로 고도화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철새 탓이라는 변명으로는 방역 재난을 막을 수 없다. AI가 농가로 번질 경우 피해는 이미 수차례 경험했다. 살처분 비용, 농가 손실, 지역 이미지 실추 등 사회적 비용은 수백억 원대다. 그럼에도 주남저수지 관리와 감시가 매번 뒤늦게 강화되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민 안전을 위한 정보 공개도 부족하다. 출입 통제만으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 철새도래지 방문 자제, 야생조류 사체 신고, 생태 관광객 안내 등 시민이 참여하는 방역 체계가 필요하지만, 현장은 안내판 몇 개에 의존하고 있다. 시민이 어떻게 위험을 인지하고 협조하라는 것인가. 기후변화로 철새 이동 경로와 서식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AI의 계절성도 무너지고 있다. 주남저수지 AI 확진은 단순히 반복되는 방역 허점이 만든 결과이다. 위기는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 부족이 만든 필연적 결과임을 행정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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