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응급실 뺑뺑이 사망’ 고교생, 병원 수용 14번 거절당해
‘사전 고지제’ 개정안 발의…“전화 뺑뺑이 구조 끊어야”
응급의학회 “119 직권 이송은 구급차 대기 초래” 강력 반발
의료계, ‘배후 진료과 상시 운영’ 등 시스템 구조 개선 촉구

지난달 부산에서 경련 증세를 보인 고등학생이 구급차 안에서 숨진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관련해, 구급대가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연락을 총 14차례 거절당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환자는 15번째 접촉한 병원에 신고 접수 약 1시간 18분 만에 심정지 상태로 수용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에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과 의료계가 해법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급대는 환자를 긴급(레벨2) 환자로 분류하고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 연락했으나, 병원들은 ‘소아 중환 수용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심지어 환자가 심정지 상태가 된 후에도 일부 병원은 ‘소아 심정지 불가’를 이유로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측은 해당 환자가 고등학교 3학년임에도 ‘소아 환자’로 분류돼 진료가 거부된 점을 지적하며, ‘레벨2 긴급 환자는 신속히 이송돼 응급진료를 받는 것이 예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119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직접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은 응급실 수용 불가능 상황을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미고지 병원에 대해서는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법 개정안이 오히려 환자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반박하며, 응급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직권으로 이송 병원을 선정하면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는 새로운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및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등은 응급실만 정비하는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있으며,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 진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과(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의 상시 진료 체계 부재와 전문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부남 의원은 “응급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국회와 소방, 복지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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