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쓴 지 40여년…깊이 더해져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 공감 남겨

이동이 전 창원문인협회장이 4번째 수필집 ‘청춘의 봄바람은 아니더라도’(수필과 비평사)를 냈다. 먼저, 40여 년 동안 꾸준히 수필을 써온 작가에게 존경심이 든다. 수필이라는 장르 특성상, 일상을 소재로 작가의 다채로운 감정과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동이 작가는 그만큼 솔직한 사람이며, 오랜 시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고상한 사람이 아닐까.

이동이 작가의 수필은 세상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그 힘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작가의 소녀같이 순수한 마음, 세상 무해한 심성과 삶에 감사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녀는 세상 모든 것(사람과 생물, 사물에까지)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따뜻한 애정을 보낸다.

제4 수필집에서도 이웃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시장에서 도넛을 파는 아저씨에게 응원을 보내고, 차로 가변 트럭의 사과장수가 쓴 ‘마 넌’(만원)이란 오자에도 신경이 쓰인다. 고철과 폐기물을 손수레로 실어 나르던 노인이 어느 날 수레에 향기로운 꽃을 싣고 왔을 때, 작가는 묘한 감동을 느낀다. 결국 꽃을 한 아름 사고 지인과 나눈다. 줄에 의지해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는 인부에게도 열정과 긍정을 느끼고 음료수를 건넨다.

작가는 특히 ‘꽃’을 사랑한다. 예쁜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번 수필집에도 여러 꽃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거제 관포항에 있는 닭섬에서 본 참나리꽃을 감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발아래 바위틈에 피어있는 참나리 모습이 애틋하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듯 발돋움하는 모습이 아련하고 향기조차 그윽하다. 가만, 강렬하고 화사한 진홍색이 곱기만 한데 꽃잎마다 까만 점이 촘촘히 박혀있다. ‘순결과 변함없는 사랑’이란 꽃말과 달리 외양이 화려해서 스스로 상처를 낸 걸까. 아니면 끝없이 불타오르는 열망을 삭힌 흔적일까.’ (수필 ‘참나리꽃’ 중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그의 공감능력에 매번 감탄한다. 수필 ‘빈집’에서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살았던 오래된 집이 철거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집을 추억하고, 빈집을 향해 오래도록 손 흔드는 장면이 나온다. ‘손톱을 깎다’에서는 컴퓨터 자판을 정확하게 짚게 도와주는 손톱에 대한 보답으로 언젠가 네일아트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79, 우정텃밭’에서 딸과 함께 텃밭에 가서 농작물을 가꾸는 장면이 나온다. 딸이 농작물을 볼 때마다 “잘 자라라”라며 주문을 하는 장면이나, 수확을 마무리할 때 밭고랑을 고르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을 보면 딸의 품성이 꼭 엄마와 닮아 있다.

‘복통’에서는 범죄도시2 영화를 봤던 감상평이 있는데, 주인공이 강력한 주먹으로 범죄자의 복부를 강타할 때 쾌감을 느끼면서도 범죄자의 고통에도 마음이 쓰인다. 작가는 물건에도 감정이입한다. ‘빨간 노끈’에서는 주인이 잃어버린 카트를 의인화해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기까지 한다.

작가는 가족과 지인에 감사하는 마음도 작품 내내 나타난다. 책에는 고인이 된 남편과 가족들이 단골 소재로 나온다. 또 15년을 모신 시어머니와의 일화도 종종 나오는데, 서운할 법한 일이 있어도 애정과 존경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그의 넓은 품을 보여준다. 

‘휘파람 길’에서는 창원문인협회장을 맡았을 때 임원진과 함께한 시간을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며 소중하게 추억했다. 애독자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는다. 

이 수필집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게 될 것이며, 그동안 무심했던 지인에게 전화 한 통 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작가의 아름다운 언어로 된 글을 읽으면, 작가의 표현대로 ‘자분자분하게’ 일상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책에 삽입된 그림은 모두 이동이 작가의 아들 김진태 씨가 그렸다. 이미지로 수필 감상을 돕는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동이 작가는 지난 1991년 ‘경남문학’과 2000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는 ‘바람개비의 갈망’ ‘머문 자리’ ‘비 내리고 그치다’ 등이 있다. 창원문인협회장, 경남수필문학회장, 경남수필과비평작가회장, 경남문협 수필분과위원장, 목향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국 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회장, 가향문학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문학관 이사, 마산문학관 운영위원, 선수필 편집자문위원, 창원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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