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처럼 소박한 하루에서 건져 올린 마음살림
‘숲하루’의 글쓰기는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마음의 문자’

숲하루 김정화 작가 신작 에세이 『작은삶』(도서출판 스토리닷)
숲하루 김정화 작가 신작 에세이 『작은삶』(도서출판 스토리닷)

가을빛이 서서히 스러져 가는 길목에서 숲하루 김정화 작가가 신작 에세이 작은삶을 들고 독자 곁을 찾았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이자 2023년 문학나눔 도서로 사랑받은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이후 3년 만이다. 홀로 피어 있던 가을 풀꽃에서 빛의 일렁임을 읽어내던 작가의 섬세한 감각은 이번 책에서도 더욱 깊어진 결로 되살아난다.

작은삶은 쉰 줄이 넘은 나이를 작은삶이라 부르며, 엄마로 살아가고 딸로 살아가며 마음속에 쌓인 이야기들을 차분히 적어 내려간 책이다. “나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말이고 마음, 나를 꾸미거나 감추면 허울이고 겉치레라는 비평에서 보듯 작가의 글은 화려한 문장을 피하고, 매일의 노동과 숨,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꾸밈없이 담아낸 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는 찬사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감자눈을 파내며 떠오른 사람들, 소나기 내리는 날의 고요, 종량제봉투를 들고 서성이는 새벽, 어머니가 걸어온 세월을 따라가 보는 마음 등 일상의 장면들이 짧은 시처럼 이어진다. 작은 부엌, 작은 숲, 작은 발걸음 속에서 발견한 삶의 온도는 작지만 단단한 존재로서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작가명처럼 자연과 풀꽃에 대한 애정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으며,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동시에 부모님의 딸로서 겹겹이 살아온 시간이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기록으로 남는다.

최종규 작가는 추천사에서 작은 삶을 짓는 글씨는 작은 숲을 이루는 푸른씨라며,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숲하루의 글쓰기를 마음의 문자라고 평한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소박한 문장들이 시구처럼 번져 나와 독자 역시 조용한 숲속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김정화 작가
김정화 작가

 

흔들리는 가을꽃을 바라보며 세상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을 숲하루 김정화 작가는, 이번 책 작은삶을 통해 작게 쓰고, 작게 살고, 그러나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하고, 마음의 눌린 자리들을 천천히 풀어낼 수 있도록 이끈다.

지쳤다가 풀어지고, 다시 웃게 되는 삶의 리듬을 기억하게 하는 책. 숲하루 김정화라는 이름이 다시 한 번 독자에게 다정한 위로와 빛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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