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생발전기금, 기업 압박 아닌 기업과 지역 상생의 틀”
“지역과 소통으로 합리적 안 도출까지 끈질기게 추진할 것”

변광용 거제시장.
변광용 거제시장.

거제시가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의 상생’이 아닌 지역과 기업이 함께 재원을 만들고, 그 혜택을 다시 지역과 산업에 환원하는 새로운 구조, 그리고 이를 통해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장기 전략을 선택했다.

최근 조선업 호황 속에서도 지역경제는 여전히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통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각오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최근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에는 조선업 호황이 지역경제와 도시 전체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 거제의 상권은 활력을 잃었고, 아파트 매매지수와 소비지표 역시 예전의 순환 구조를 회복하지 못했다.

변 시장은 그 이유로 인력구조변화를 꼽았다. 조선업 물량이 늘면서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고용이 확대되고,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호황이 곧 지역 회복’의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력 활용이 단기적 물량 대응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역 정착·소비·주거로 연결되지 않아 지역경제로의 파급력이 낮고, 장기적으로는 숙련 인력 양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9월 양대 조선소를 대상으로 내국인 정규직 채용 확대를 촉구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거제에서 배워 거제에서 일하고, 거제에서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지역과 산업 모두가 산다”고 강조했다.

거제시가 구상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은 거제시·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공동 출연하는 방식이다. 

애초 제안안은 ‘시와 기업이 각각 매년 100억원씩 5년간 출연해 총 1500억원 조성’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논의용 초안이며 규모와 기간은 실무협의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변 시장은  “이 기금은 기업을 압박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도 재정을 투입해 함께 만들고 다시 지역과 산업에 되돌려주는 상생의 틀”이라고 강조하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기업에 대한 일방적 부담 전가”라는 지적에 대해 변 시장은 선을 그었다. 

또한 기존 사회공헌과의 차이도 분명히 했다. 행사 후원, 상품권 구매 등 일회성 지원에 머물던 관행을 넘어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다.

노동자·청년·지역의 미래를 위한 기금으로 정주여건·기술개발·청년채용까지 기금의 활용 방안에는 거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 집약돼 있다.

이는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와 내국인 및 지역 청년 채용 인센티브, 주거·교통 등 정주 여건 개선, 조선산업 기술혁신 및 인재 양성 투자, 특히 정주환경 개선은 거제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와 직결된다.

주거비 부담, 교통 여건, 문화 인프라 부족 등이 장기간 누적되며 많은 청년들이 외부로 이동했다.

기금이 조성될 경우 별도 운영기구를 설치하고, 노·사·민·정 및 시민 대표가 함께 참여해 투명성을 확보하며 외부감사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기금이 노동자 몫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원천 차단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상생기금이 자율적으로 조성되는 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이나 공모사업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인구 감소·청년 유출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의 생존 과제다. 거제뿐 아니라 경남 전역이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속되는 청년 이탈, 낮은 출생률, 산업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며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 

특히 청년 인구 감소는 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인구 유출을 가속하는 ‘이중 악순환’을 만든다. 따라서 중앙정부, 경남도, 기초지자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국가적 공동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거제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은 단순한 재정 조성 사업이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선제적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안정적 주거 기반, 문화·교통·여가 인프라 확충, 지역대학·기업·지자체 연계 청년정책, 지역에서 배움을 얻고, 일자리를 찾고,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비로소 지역은 지속가능한 활력을 가진다.

시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이 모순을 풀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도시·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다시 세우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변 시장은 “대기업 두 곳이 자리 잡은 거제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모순”이라며 “거제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 구조를 다시 만들기 위해 기업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문을 두드리면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 낼 때까지 끈질기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경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