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더 도움 대표변호사 손보경 칼럼
가족의 사망은 큰 슬픔이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그 속에서도 상속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고인(피상속인)이 남긴 재산과 빚의 규모에 따라 상속을 그대로 받을지, 제한적으로 책임질지, 혹은 완전히 포기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상속은 예금, 부동산과 같은 '적극재산'뿐만 아니라 대출, 보증과 같은 '소극재산(채무)'까지 모두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고인의 전체 재산과 빚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정부24의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를 이용하면 상속인이 고인의 재산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으며,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재산이 채무보다 많다고 판단되면, 상속인들은 상속을 받는 ‘단순승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언이 있다면 유언이 법정상속분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공동상속인 전원의 협의를 통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더 많이 주거나, 반대로 일부 상속인의 상속분을 0으로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외 경우는 법이 정한 순서와 비율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는데, 1순위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2순위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입니다. 배우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과 함께 상속받을 경우 그들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여 받게 됩니다.
만약 고인의 채무가 재산을 초과할 경우,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신고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채무까지 모두 상속받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빚을 갚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1억 원이고 빚이 3억 원이라면, 1억 원의 한도에서만 채무를 변제하고 나머지 2억 원의 빚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3개월 이내에 알지 못했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하여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재산과 빚을 모두 물려받지 않고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절차가 한정승인에 비하여 비교적 간단하지만,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다음 순위의 상속인에게 빚을 포함한 상속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넘어간다는 점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순위인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그 다음 순위인 손자녀나 2순위인 고인의 부모에게 빚이 상속됩니다. 이러한 연쇄적인 상속을 막기 위해서는 4촌 이내의 모든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거나, 공동상속인 중 최소 1명이 한정승인을 하여 채무 관계를 종결시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속 문제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법적 효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상속개시 후에는 감정적인 판단보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