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주 대책 벗어나 ‘지방 맞춤 생존 전략’ 정부 건의
스트레스 DSR 제도 비적용 등 부동산 규제완화 골자
경남도가 얼어붙은 지역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에 규제 완화와 공급 정상화를 포함한 ‘지방 맞춤형 생존 전략’을 긴급 제안했다.
최근 비수도권의 주택시장 침체가 지역경제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남도는 이를 단순한 시장 조정 국면이 아닌 “지역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비상 상황”으로 진단하고, 수도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난 차등형 규제체계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의 주택가격지수는 최근 3년간 4.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의 가격 격차는 34.3%포인트에서 58.5%포인트로 두 배 가까이 벌어지며 양극화가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인 인허가 물량도 올해 9월 기준 전년 대비 52.2%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도내 등록 주택건설업체가 2020년 485개에서 2025년 10월 273개로 줄어들면서 지역 건설 생태계가 붕괴 직전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남도는 이러한 침체가 단순한 경기사이클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산업 약화를 동반하는 “지역의 생존 위협”이라는 판단 아래 지난 7일 LH, 경남개발공사, 시·군 부서장 등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종합 대책을 논의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5개 현안 과제를 건의하고, 도 차원의 자구책도 병행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도는 우선 주택 거래를 가로막고 있는 전국 동일 규제를 과감히 손볼 것을 요구했다.
첫째,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8~12%)를 비수도권·비조정대상지역에 한해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투기 억제용으로 도입된 제도가 집값 하락세인 지방에서는 오히려 거래를 거의 멈추게 하고, 지방세수 감소까지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의 급등장에 맞춰 설계된 스트레스 DSR 규제를 비수도권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대출 문턱은 구매 여력을 크게 떨어뜨려 지역 주택시장 침체를 심화시키는 구조로 작용해 왔다.
경남도는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투기 우려보다 수요 기반 붕괴 위험이 훨씬 크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 7일 관계기관 협의회에서 건설업계는 “지방에서 주택사업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공사 원가 상승, 분양가 하락, 금융 규제까지 겹치며 사업성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에 도는 LH의 신축매입임대 약정사업에서 지방에도 ‘공사비 연동 방식’을 적용해 현실적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는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매입가격을 정해 건설사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PF 대출 시 요구되는 자기자본 비율을 비수도권은 20%에서 10%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LH 공공택지의 민간 공급 축소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가 큰 만큼, 경남도는 비수도권에는 공공택지를 민간에도 공급해 공급 기반 자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정부 대책과 별개로 자체적 활성화 방안도 추진한다.
청년·신혼부부·은퇴자 등 다양한 계층별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창업 지원 시설·노후 안심시설 등 복합형 주거모델을 도입해 수요 기반을 재건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특화임대주택 공모에 함양·합천이 참여하면서 농촌지역의 새로운 공공임대 공급 가능성도 열렸다.
또한 절차 간소화를 통해 도심권 주택 건설이 필요 이상으로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 도내 중소 건설사들이 공사·하도급 시장에서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민관 합동 하도급 기동팀도 운영한다.
도는 올해만 271개 건설사에 서한문을 보내 지역업체 참여를 독려했다.
경남도는 이번 대책을 국토부와 LH에 건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도지사협의회 안건으로도 상정해 비수도권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이번 방안이 비수도권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수도권 과밀과 주거난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의 주택시장이 살아야 인구 이동이 분산되고 산업 기반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방의 주택 침체는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인구·산업·경제 기반을 모두 흔드는 총체적 위기”라며 “지금이 수도권·비수도권 동일 규제에서 벗어나 지역 현실에 맞는 주택시장 생존 전략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와 인구 유지의 핵심 축인 주거시장을 살리기 위한 경남도의 이번 제안이 정부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