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기재부·한은·복지부·국민연금, 긴급회의 착수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외환 스와프 확대 논의
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근접하며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장기화하자 외환당국은 국민연금 기금을 통한 시장 안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24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만의 후속 조치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 협의체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과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주요 정책 대응 방안으로는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 일부를 달러로 매도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전략적 환헤지’ 카드를 검토 중이다.
다만 과도한 환헤지는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 저하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 스와프 계약을 확대하거나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할 때 달러를 시장에서 사는 대신,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은행과 직접 거래해 시장 달러 수요를 줄여 환율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계약은 올해 말까지 유효하며, 최근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 스와프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당국이 추가 계약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24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 영향으로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9% 하락했고,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29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안정 수단으로 동원하는 데 대해선 장기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략적 환헤지를 확대하면 환헤지 프리미엄 등 비용이 발생해 기금 순수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손실을 입거나 적절한 투자 기회를 놓칠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소재 논란과 정부 정책 실패의 비용을 국민 노후자산에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정책 반복은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의혹을 낳아 국민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본연 목적이자 장기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환율 안정을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국민연금이 단기 외환 방어 도구가 아닌 국민 노후 수호자의 역할을 유지하려면 기금 운용의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