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

김 현 지

그랬구나 내
가벼움을 경계한 당신이
그리한 것이구나
깊어지라고
더 깊어지라고
가는 곳마다 내 앞에
야차같은 장애물 하나씩 걸어놓고 자꾸 넘어뜨리는 일
그랬구나 내
서두름을 염려한 당신이 그러한 것이구나
조금씩 더디 가면서
더러는 기어가면서
눈도 귀도 버리라고 하신 당신

날마다 꿈마다 빛으로 와서
내 오감을 깨우는 당신

-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기념 사화집, 한국시인협회)
 

◇ 시 해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고 고마움을 생각하는 시인이 자신의 성격을 곰곰 생각하면서 세 가지를 열거한다. 첫째는 가벼움, 둘째는 생각이 얕음, 셋째는 서두름이 그것이다. 이런 단점을 인식하며 경계하고 장애물을 넘고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알고 보니 ‘그랬구나’,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했구나 하면서 감사한다.

사람은 일의 결과에 대해 내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섭취’와 너 때문이라고 ‘투사’하는 형식으로 반응을 하지만 시인은 섭취로 수용하며 그분에게 감사한다. 그리움의 표현 방식이다. 하지만 때늦게 혼자 하는 표현인지라 마음이 아플 것이다. 과거에 느꼈고 지적되었을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화해 가면서 살고 있는 변화된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가까이에 없는 분이라서 더 그립다는 것이다.

‘조금씩 더디 가면서 더러는 기어가면서 눈도 귀도 버리라고 하신 당신’이 정작 빨리 가버렸고 시인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게 된 것이 아쉽다. ‘날마다 꿈마다’ 잊을 수 없는 당신은 희망처럼 ‘빛으로 와서 내 오감을 깨’워주고 있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당신 때문이라고 하겠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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