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즈음에
겨울로 가는 신호 대기
계절이 등을 떠미는데
동승 할 수 없는 철부지가 있다
- 양 향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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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길목에서 기다리는데, 눈이 온다는데, 여태 뭐하다가 이제야 저렇게 꽃 피우고 있을까. 무엇이건 다 때가 있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흙 한 줌 없는 저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뿌리내린 걸 보면 보통내기가 아닌 줄 알겠으나 너무 늦어버렸다. 하룻밤 사이에도 서리가 내리고 영하가 돼버리는 겨울이다. 혹한의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풀꽃의 한 생에서 그런 기적을 바랄 수는 없다. 다만, 다디단 열매는 결코 볼 수 없겠지만 꽃을 피워 봤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리라. 젊었을 때 그토록 부모의 속을 썩이다가 뒤늦게 효도하는 사람을 많이 봤지만, 채 깨닫기도 전에 부모가 세상을 뜨는 경우에는 가슴에 한이 맺혀 두고두고 후회를 한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자. 그것이 혈육에 관한 것이건 맡은 임무이건 사과의 말이건 후회는 늘 반 박자 늦게 온다는 걸 명심하자.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뉴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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