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보면 ‘마음이 괴로운 순간’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그 괴로움의 정체는 뭘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른다. 내가 가진 신념과 실제 행동이 충돌하거나,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힐 때 생기는 불편함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생각한 나’와 ‘지금의 나’가 맞지 않을 때 느끼는 내적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지부조화는 거창한 학술용어 같지만 사실 매우 일상적이다. 예를 들면 애연가인 당신이 어느 날 금연을 결심했다고 치자. 금연 도중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담배에 다시 손이 가게 됐다고 해보자. 당신은 “오늘 너무 힘든데 딱 오늘 한 번만 피우자….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는 어쩔 수 없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합리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인지부조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는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한 동네 주민은 종량제봉투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한다. 그러면서 “다들 이렇게 버리는데 뭐 어때”, “봉투 값 너무 비싸”라고 자신을 설득한다. 규칙을 어겨 죄책감이 생기지만 그 불편함을 피하려고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우리 주변에는 아이 교육에 ‘칭찬이 중요하다’고 늘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소한 실수에 화부터 내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요즘 애들이 너무 버릇이 없어”, “다 잘되라고 그러는 거지”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말과 행동이 따로 놀면서 생긴 괴로움을 줄이려는 심리적 방어인 셈이다.
인지부조화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 후 마음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다음에는 텀블러를 챙기거나 리유저블 컵을 쓰게 된다. 자신의 신념에 행동을 맞춰가면서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갈등이 변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부조화를 ‘합리화’로만 해결할 때다. 사람들은 그럴수록 현실을 왜곡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불법 주정차, 무단투기, 소음 문제 등은 많은 사람의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합리화로 인해 반복된다. 내 행동을 정당화하는 순간 결국 불편을 겪는 것은 우리 이웃들이다.
인지부조화를 다루는 첫걸음은 ‘내가 지금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를 자문해 보는 것이다. 마음이 찝찝하거나 누군가에게 괜스레 변명을 하고 있다면 이미 부조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순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을까?
인지부조화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숨기거나 회피하기보다,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태도다. 작은 선택 하나라도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려는 노력이 모이면, 우리 일상도 지역사회도 조금씩 더 건강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