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원자력에너지융합센터 개소와 연결되는 미래전략
“SMR은 경남 경제의 미래”… 제조생태계 최적지
SMR·창업·미래산업 육성… 인구유출 반전 카드 되나
경남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이자 인구유출을 막을 미래산업 동력으로 삼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산업의 국내 최대 집적지라는 기반 위에 글로벌 시장 선점 전략을 공식화하고, 지역대학과 기업·정부가 함께 기술개발과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협력 체계를 가동하면서 ‘경남 원자력 르네상스’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는 평가다.
경남도는 지난 25일 도청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글로벌 육성전략 회의’를 열고 국가전략산업 지정과 특별법 제정 등 정부 지원을 공식 건의했다.
회의에는 창원·김해·진주·함안 등 원전기업이 집중된 4개 시군과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 두산에너빌리티·효성굿스프링스 등 원전기업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SMR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인력양성·제조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를 뒷받침할 ‘SMR 특별법’ 제정과 ‘국가전략기술 지정’이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대형원전 중심의 산업구조가 SMR 시대에 맞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원전기업들은 “전 세계적 수요 확대 속에서도 정부 육성 정책이 불확실해 투자가 쉽지 않다”며 “기술격차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과 제조 인프라 지원이 필수”라고 호소했다.
경남도는 이미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원전 협력 확대 기조에 대응해 약 97조원 규모의 협력 실행 방안을 수립하고 정부에 제안 한 바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를 보완한 ‘SMR 글로벌 육성전략’을 마련해 조만간 정부에 최종 제출할 계획이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고 설치·운영비용이 낮으며, 탄소중립·AI 시대의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127종이 개발 중이며, 2040년 시장 규모는 약 6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은 이 시장을 공략할 제조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340여 개 원전 기업이 집적해 있고, 고난도 주단조·용접·터빈기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대표 제조도시’ 창원국가산단이 있으며, 기계·소재·부품 분야의 전문 연구기관이 한데 모여 있어 글로벌 SMR 공급망 구축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도는 로봇활용 제작지원센터, 제조부품 시험·검사 지원센터 등을 활용해 SMR 핵심부품 국산화를 가속하는 동시에 정부가 추진 중인 2695억원 규모 SMR 혁신제조 기술개발사업 참여도 요청했다.
김명주 경남도 경제부지사는 “경남이 글로벌 SMR 제조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전략을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며 “AI·우주항공 등 미래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SMR 산업 기반을 공고히 할 또 하나의 축은 창원국가산단 중심의 연구·교육 생태계다.
오는 27일 국립창원대학교는 최첨단 교육·연구시설인 ‘원자력에너지융합센터’를 공식 개소한다. 원전 기술과 AI·재료·안전공학을 융합하는 국가적 수준의 연구플랫폼으로, 기업·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및 고급 인재 양성 기능을 담당한다.
이로써 경남은 기업이 제조를 담당하고 창원대가 기술과 인재를 공급하는 산학 연계형 원자력 산업 클러스터를 본격적으로 완성하게 된다.
지역 경제계도 “창원대의 연구 인프라 확충은 원전산업을 미래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남의 도전은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 해결과도 연결된다.
경남은 지난 2023년 한 해에만 1만 명 넘는 청년이 빠져나가는 등 인구 순유출이 전국 최상위권이다. 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창업거점’ 구축, 미래첨단산업 집중 육성, 투자펀드 1조4000억원 확대 등 대규모 창업·산업 로드맵을 내놓은 상태다.
SMR 제조거점 전략과 창업·벤처 생태계 확대가 맞물리면 고급 일자리 증가, 지역정착 확대,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윤인국 경남도 산업국장은 “AI·SMR·우주항공 등 미래산업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계가 조성되면 청년이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도전하는 도시’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가 차세대 원자로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경남은 이미 제조력, 기업 생태계, 연구 인프라를 갖춘 한국 유일의 ‘원전 전용 도시’다.
여기에 창원대 원자력에너지융합센터 개소가 더해지면서, SMR 시대를 선도할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이 추진하는 SMR 육성 전략은 산업 전환과 지역경제 회복을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SMR 글로벌 허브’의 성패가 곧 경남의 미래와 직결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