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뎃잠
눈치 보지 않고
열대야 달밤 꿀잠
길거리 떨궈놓은
애달픔 하나
- 정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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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에겐 한뎃잠이 일상이다. 하지만 냥이들은 경계심이 심해서 저렇게 무방비로 잠에 들지는 않는다. 특히 밤에는 더더욱이나 배고픈 배도 채워야 하니 쓰레기라도 뒤져야 하는데 배를 다 드러내놓고 떠메고 가도 모를 단잠에 든 걸 보면 어지간히도 피곤했던 모양이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누군가 키우다가 버리고 간 것일 수도 있다. 사람 손을 탄 냥이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익히지 못해서 특히나 더 길거리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 준비도 없이 무작정 길거리로 내몰리다보면 길거리에서 태어난 다른 냥이들보다 생존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도로가를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개들을 심심치 않게 뉴스로 접하곤 한다. 주인이 그 거리에 버리고 간 걸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버려졌다는 걸 의심하지 않거나 알아도 원망하는 마음 한 톨 없는 반려동물들의 충성심을 인간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리는 것이다. ‘길거리 떨궈놓은 / 애달픔 하나’가 눈에 밟힌다.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뉴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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