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아름다운 함안 입곡군립공원이지만 많은 이들은 ‘입곡군립공원은 단풍이 절경’이라 말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저수지 너머로 맑은 빛이 퍼지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조용히 마음에 닿는다. 물길과 숲길이 나란히 이어져 걷는 동안 그림 같은 풍경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깊어진 가을을 느끼며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입곡군립공원의 산책로를 걸어보자. 자연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마음을 채워준다. 그 속에서 편안한 쉼의 시간을 만나길 바란다.* 주소 경상남도 함안군 산인면 입곡리 산59* 사진 함안군 문화공보체육과 공보담
조선의 배움과 예절을 품은 함안향교 앞마당에 노란 은행잎이 수채화처럼 내려앉으며 고즈넉한 전통 공간에 깊은 가을빛을 더하고 있다. 553년 된 은행나무가 절정의 색을 머금으면서 향교를 찾은 방문객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머문다.※ 함안향교 함안면 봉성리에 자리한 함안향교는 지방민의 유학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지은 교육 공간이다. 조선 효종 때 세워진 이후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가을이면 향교 앞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전통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시기에 맞
가을의 절정, 경남 함안군의 악양생태공원과 악양 둑방이 분홍빛 설렘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물결로 가득하다.추석 명절 연휴, 고향을 찾은 가족과 귀성객들에게 악양생태공원과 둑방길은 함께 걷기 좋은 ‘명절 가족 나들이 필수 코스’다. 드넓게 펼쳐진 악양생태공원에는 신비로운 분홍빛 핑크뮬리 군락이 만개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대가 함께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여기에 이어진 악양 둑방길은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핑크뮬리와 코스모스가 조화를 이루는 이 길을 따라 거닐며, 남강
거창군 웅양면 직원들이 웅양포도 직판장에서 알알이 영글은 웅양포도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웅양사과포도영농조합은 조합 앞마당에서 9월 12일(금)까지 웅양포도 특별할인 행사를 가지고 있다.- 가격 : 웅양포도(특) 16,000원, 웅양포도(상) 13,000원- 문의처 : 웅양사과포도영농조합(거창군 웅양면 웅양로 1325, 943-6118)
무심코 뱉은 불씨 하나이렇게 빨리 퍼질 줄이야- 이유상 *****절묘한 순간 포착이네요. 한 줄기가 계속해서 가지치기를 하면서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사람들에게로 스미고 있습니다. 딱, 소문이란 것이 저렇겠지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상상 초월입니다. 무서울 정도로 빠릅니다. 전광석화 같다고 하던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소문이 빨라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입을 건널 때마다 변질되면서 부풀려지고 부풀려져서는 마침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독화살처럼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장난삼아 던진
오늘도내일도종일 놀다- 심섭연(《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작) ****요즘 계곡이며 바다며 강에서 일어난 물놀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감시를 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안타까운 죽음을 앞에 두고 인재라고, 다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후약방문처럼 호들갑을 떨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주워담을 수 있을까. 바람 한 점 일지 않는 고요한 시간, 모든 것이 다 평화롭고 여유가 넘치는 그런 곳에서 안전요원들이 오늘도 내일도 평생 딩굴거리면서 놀아도 좋으니 제발 위험한 바람만 불지 않기를, 1년 36
세상엔 없어편안한 무임승차 따위- 이준실(제5회 중국 한글사랑 디카시공모전 대상 수상작) *****디카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문예장르다. ‘단 한마디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는 뜻이지만 그건 ‘말 한마디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그걸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읽으면 전달하려는 주제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담쟁이는 어떻게든 높이 오르려고 하는 욕망이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다. 그런데 혼자서는 결코
깊어야 한다높아야 한다넓어야 한다무슨 소리잘 보면 된다- 최재우 *****그렇지요. 안목은 다 필요없지요. 딱 하나 잘만 보고 뽑으면 됩니다. 눈이 높을 필요도, 눈이 깊거나 넓을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걸 고르는데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거기에 잘 맞춰서 딱 뽑으면 되지요. 저렇게 확실한 매의 눈으로 본다면 틀림없을 겁니다. 시인은 어떻게 저렇게 매의 눈을 닮은 나무를 찾았을까요. 확실히 안목이 좋습니다. 제목과 사진과 시적언술이 ‘상호배타적 완결성’을 가지면서 이 작품은 쉬우면서도 깊
다 떠나보내고막내 하나 남았네요우리야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굴뚝같지만...아무래도 욕심이겠지요?- 이신동*****부모 마음이야 다 똑 같지 않을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식은 늘 아이 같아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구순의 어머니가 칠순의 자식에게 늘상 하는 말은 ‘길조심 해라, 차 조심 해라, 밥은 먹었냐’ 한시도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아직도 자신의 무릎 아래[슬하]에 있는 것만 같아서 떠나보내기도 끌어안고 계속 살 수도 없는 순간이 와도 결정을 쉬이 내리지 못 하는 것이다. 부모마음이야 계속해서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어도 자
세월이 갈수록머리(생각)만 풍성해지는구나중심을 잘 잡으라 하네- 김영현*****친구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주문하는 게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게 실천이 잘 되질 않는다. 머릿속으로 생각, 잡념이 너무 많아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고 자연적으로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말이 많으니 시끄럽고 쓸모 있는 말은 더 줄어든다. 그러니 누가 좋아할까. 저 야자수처럼 몸은 쭈글쭈글 늙어가는데 생각만 많아서 중심이 잘 잡히지 않고 휘청거린다. 한 가지만 집중해서 앞을 잘 보고 걸어도 나
싸우느라 잡지 못한줄을 머리에 이고 당긴다 심판은 하늘이다비라도 한줄금 쏟아지면 쓸데없는 말들은 모두 떨어질 것이다- 정사월(시인,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아, 저 많은 봄꽃들은 모두 나무가 시끄럽게 떠드는 말들이었군요. 이 편 저 편 나누어서 봄을 서로 끌어당기려는 시합이라도 벌이는 모양인데, 말싸움 하느라 미처 잡지 못한 줄을 머리에 이고 잡아당기느라 정신없겠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아마도 누가 더 예쁜지 다투고 있었나 봅니다. 물론 하늘이라고 해서 우열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군요. 눈이 부셔서 세상
슈퍼 문턱을 넘은 모묘(母猫)아직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삼묘(三猫)서로 바라본다눈빛에젖어든 걱정 조각들- 이시향(시인,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길냥이들의 몸짓과 표정들이 다양하다. 엄마는 슈퍼 안에서 아직 들어오지 못한 새끼들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만 들어와서 어쩌지? 하는 저 눈빛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길거리의 삶이란 것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시간들이 아닌가. 가장 안전한 곳이 인간이 허락한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친절을 베풀어 주는 인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돌팔매질이나
딱딱딱공포스러운 노크 소리너는 파고들어와편히 머물다 가지만나는 회복을 못 해- 오정순(수필가,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허락 없이 들어오는 건 불법 침입으로 범죄다. 그런데 저 딱따구리 끝끝내 문까지 부수고 들어와 제 집처럼 살다가 떠난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저는 잠깐 머물다 가버렸지만 저 영원히 아물지 못한 흔적은 어떡해야 할까. 지난 주 잠깐 볼일이 있어서 작업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에 혼자 머문 적이 있다. 밤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통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내 목소리가 현관 밖
저렇게 모든 기억이 잘 연결되어 있으니나의 뇌세포는 아직은 멀쩡해왼쪽이라 말하고 오른쪽으로 가거나그거 그거라고 말해도가끔 불러오기 오류는 애교니까- 이기영*****뉴런은 신경세포라고 하는데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모두 이 뉴런의 전기적, 화학적 신호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뉴런이라는 뇌의 신경세포가 기억을 불러오거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희로애락을 관장한다는 말이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죽으면 다른 세포가 다시 생기는데 태내에서 생성된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은 죽을 때까지 살아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30세 이후부터는
손자 손녀 왔다는 소리에달려오는 걸음걸음마다꽃잎 휘날린다- 박하*****할머니들이 신는 버선이 저리 고울 수 있을까. 한 짝만 신어도 너무 고와서 당장이라도 온 몸에 꽃물이 들어 나도 봄 한철 봄바람이라도 들어 처녀처럼 환해질 것만 같다. 그런데 손자 손녀가 온다니 버선발로 뛰쳐나가는 할머니의 함박웃음 소리가 담장을 넘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꽃잎 휘날리는 거야 두말할 나위도 없지. 걸음마다 다 꽃걸음일 테니 얼마나 좋을까. 젊었을 적에는 꽃무니 화사한 옷이 너무 촌스럽게 여겨져서 카키색이나 짙은 파랑 같은 칙칙한 옷만 입고 다
생각도 표현도 달라서떨어진 만큼 편한 우리닮은 게 있다면한 세상 굴러다녔어도몽돌이 아닌 너와 나- 박우민(영국,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작품)******한 시절을 함께 살아도 ‘생각’이나 표현하는 방식은 같을 수 없다. 얼마간은 떨어져 있어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만큼 편할 때도 많다. 닮은 게 딱 하나 있다면 그렇게 한 세상을 굴러다녔어도 닳고 닳아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시절친구’를 ‘부부’로 읽으니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을까. 한 이불 덮고 30년을 살아도 그 속을 알 수 없고, 세상
세상에 속하지 못한 그는스스로 몸을 접는다뻗쳐오르던 기억이무릎 아래로 굴러 내릴 때그는 어둠 속에 방 하나를 지었다- 김미희(미국,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작품)****《세계디카시》는 한국디카시인협회에서 국내외 회원들의 디카시 작품을 수록하기 위해 창간한 기관지이다. 현재 홰외지부는 모두 21개인데,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총 10개국에 이른다. 따라서 해외지부 회원들은 모두 디아스포라(Diaspora)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타국에 살면서도 본인의 뿌리와 정체
세월이 빚은 고목의 얼굴숲속의 거친 바람을 삼켰다눈을 감고도 세상을 읽고입을 닫고도 많은 말을 한다숲에는 늘 현자가 있다- 강영숙(프랑스,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작품)****고목의 모습이 마치 모든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의 얼굴 같다. 사람도 세월의 흔적이 표정 속에 다 드러난다고 하는데, 이걸 관상이라고 한다. 자주 웃는 사람의 표정과 계속해서 찡그리고 있는 사람의 인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굳어져서 그대로 표정이 되는 것이니, 나무라고 다를 것인가. 저런 얼굴을 갖기까지 수많은 시련을 견뎠을 것이고, 어느 정도는 세상
한 눈으로 세상을 보려면찡그릴 수밖에 없다구부러지는 세상 바르게 펴려면이 편에서 저 편에서공평하게 보아야 한다- 이기영*****자작나무 위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눈동자가 없는 눈 같은 것이 저쪽 편에 생겼다. 반대편에 외눈박이 눈동자 하나가 보인다. 왠지 무섭다. 두 눈을 부릅뜨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도 쉽지 않을 텐데, 아무리 잘 본다고 해도 두 눈이 합심하여 보는 세상만 할까. 한 눈을 감고 한 눈으로만 보는 세상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약간은 왜곡되어 보이기 쉽다. 균형 있게 이 쪽 저 쪽 잘 살피기도 어렵다. 이 편도 잘 보
눈치 보지 않고열대야 달밤 꿀잠길거리 떨궈놓은애달픔 하나- 정점심 ******길냥이에겐 한뎃잠이 일상이다. 하지만 냥이들은 경계심이 심해서 저렇게 무방비로 잠에 들지는 않는다. 특히 밤에는 더더욱이나 배고픈 배도 채워야 하니 쓰레기라도 뒤져야 하는데 배를 다 드러내놓고 떠메고 가도 모를 단잠에 든 걸 보면 어지간히도 피곤했던 모양이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누군가 키우다가 버리고 간 것일 수도 있다. 사람 손을 탄 냥이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익히지 못해서 특히나 더 길거리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 준비도 없이 무작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