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

세상에 속하지 못한 그는
스스로 몸을 접는다

뻗쳐오르던 기억이
무릎 아래로 굴러 내릴 때
그는 어둠 속에 방 하나를 지었다

- 김미희(미국,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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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디카시》는 한국디카시인협회에서 국내외 회원들의 디카시 작품을 수록하기 위해 창간한 기관지이다. 현재 홰외지부는 모두 21개인데,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총 10개국에 이른다. 따라서 해외지부 회원들은 모두 디아스포라(Diaspora)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타국에 살면서도 본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디아스포라인데, 이분들은 우리 언어로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하면서 고국의 상황을 늘 주시하면서 살아간다. 이 작품 역시 디아스포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중간의 세상에 속한 ‘그’를 통해 고국에 대한 ‘기억이 뻗쳐오를 때마다’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을 ‘어둠 속의 방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점점 고립되고 있는 상황을 ‘고치’를 만들어서 그 속에 숨고자 하는 심경으로 빗대었다. 단 5행으로 디아스포라의 삶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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