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친구
생각도 표현도 달라서
떨어진 만큼 편한 우리
닮은 게 있다면
한 세상 굴러다녔어도
몽돌이 아닌 너와 나
- 박우민(영국,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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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절을 함께 살아도 ‘생각’이나 표현하는 방식은 같을 수 없다. 얼마간은 떨어져 있어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만큼 편할 때도 많다. 닮은 게 딱 하나 있다면 그렇게 한 세상을 굴러다녔어도 닳고 닳아서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시절친구’를 ‘부부’로 읽으니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을까. 한 이불 덮고 30년을 살아도 그 속을 알 수 없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듯 싶어도 또 한 순간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이 부부를 저렇게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다 다른 돌멩이에 비유한 것은 얼마나 적절한가. 부부사이는 돌과 같이 견고하다가도 한 순간 차가운 돌처럼 식어버릴 수 있으니 ‘시절’의 ‘친구’인 당신과 나는 늘 서로 조심하면서 한결같이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젊었을 때야 사랑으로 살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친구처럼 허물이 없어지고 편해지는 그런 부부 관계가 좋다.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뉴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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