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딱딱딱
공포스러운 노크 소리

너는 파고들어와
편히 머물다 가지만
나는 회복을 못 해

- 오정순(수필가,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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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없이 들어오는 건 불법 침입으로 범죄다. 그런데 저 딱따구리 끝끝내 문까지 부수고 들어와 제 집처럼 살다가 떠난 모양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저는 잠깐 머물다 가버렸지만 저 영원히 아물지 못한 흔적은 어떡해야 할까. 지난 주 잠깐 볼일이 있어서 작업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에 혼자 머문 적이 있다. 밤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통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내 목소리가 현관 밖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계속해서 몇 번을 두드리면서 여쭤볼게 있으니 잠시만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문은 열지 않고 물었으나 잠시만 열어달라는 여자, 나는 크게 걱정은 들지 않아서 문을 열었고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자신은 대순000에서 나왔다고, 잠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느냐고 했다. 내가 지금 통화 중이어서 힘들다고 문을 닫으려고 했으나 물 한 잔만 달라고 팔을 붙잡았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서 손을 뿌리치고 문을 닫아버렸다.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리던지 한동안 진정이 되질 않았다. 밤이어서 더 놀랐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될 때 심각한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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