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猫四

슈퍼 문턱을 넘은 모묘(母猫)
아직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삼묘(三猫)
서로 바라본다

눈빛에
젖어든 걱정 조각들

- 이시향(시인, 《세계디카시》 창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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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들의 몸짓과 표정들이 다양하다. 엄마는 슈퍼 안에서 아직 들어오지 못한 새끼들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만 들어와서 어쩌지? 하는 저 눈빛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길거리의 삶이란 것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시간들이 아닌가. 가장 안전한 곳이 인간이 허락한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친절을 베풀어 주는 인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돌팔매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단지 괜히 싫다는 이유만으로 캣맘들이 두고 간 밥에 농약을 버무려놓은 인간들도 있다. 하지만 저 슈퍼 주인은 냥이들을 싫어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문 앞에 저렇게 많은 냥이들이 몰려온 걸 보면 알 수 있다. 냥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알면 절대로 사정거리 안으로 가지 않는다. 세상은 인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생명들은 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내가 조금 고등한 동물이라고 해서 나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히고 죽이는 행위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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