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깨

세상엔 없어
편안한 무임승차 따위
- 이준실(제5회 중국 한글사랑 디카시공모전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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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문예장르다. ‘단 한마디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는 뜻이지만 그건 ‘말 한마디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그걸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읽으면 전달하려는 주제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담쟁이는 어떻게든 높이 오르려고 하는 욕망이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다. 그런데 혼자서는 결코 높이 오를 수 없어서 무엇이건 그걸 이용하고 의지해서 제 뜻을 이룬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는 열심히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 살고 있는데 아무런 댓가도 없이 그저 편안하게 거기에 얹혀서 가려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다. 오지 말라고 철조망으로 막았는데도 기어코 제 욕심을 채우고 있는 저 담쟁이는 곧 베어져 버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꿈 깨’야 한다. 남의 덕으로 먹고 사는데 고마움도 모르고 양심도 없고 민폐만 끼치고 있다.
글. 이기영 시인
◇ 이기영 시인은 (현)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총장이다.
뉴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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